록키의 항해 — 프로젝트 헤일메리 그 이후
EP.05 — 그레이스의 방정식
Grace's Equation
SCENE 01
폭주
첫 번째 실험은 거의 모든 것을 파괴할 뻔했다.
그레이스의 미완성 노트에서 핵심 가설을 찾은 후, 세 종족은 3주간 공동 연구에 돌입했다. 그레이스의 아이디어 — 아스트로파지의 에너지 방출이 주변 광도에 대한 피드백 메커니즘이라는 가설 — 는 이론적으로 아름다웠다. 타우인이 만든 역 아스트로파지의 광도 임계값을 조정하면, 에너지 방출량을 제어할 수 있다.
닉키가 분자 수준에서 임계값을 조정한 첫 번째 역 아스트로파지 샘플을 만들었다. 소량. 안전한 양. 프로토타입.
프로토타입이 폭주했다.
닉키
♫♪♩♫♪♩♫♪♩
"에너지 방출 급증! 예측치의 열두 배! 임계값 설정이 틀렸다!"
소량이라서 망정이지, 에리디안 가압 챔버의 외벽 온도가 순식간에 340도까지 치솟았다. 에리디안도 견딜 수 있는 한계인 280도를 넘었다. 닉키의 외골격 왼쪽 면이 열 손상을 입었다. 인간 기준으로 2도 화상에 해당하는.
록키
♫♩♪♫♩♪♫♩♪♫♩♪
"닉키! 상태 보고!"
닉키
♪ ... ♩ ...
"외골격 손상. 왼쪽 면. 기능 저하 약 15%. 치명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록키
♫♩♫
"하지만 뭐."
닉키
♫♪♩♫♪
"내가 임계값을 잘못 계산했다. 그레이스의 가설에서 변수를 하나 빠뜨렸다. 광도만이 아니다. 광도 변화율도 변수다."
문제는 더 복잡해졌다. 제어해야 할 변수가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광도의 절대값과 변화율. 동시에 제어해야 한다. 하나만 맞추면 다른 하나가 틀어진다.
신 선장
"이건... PID 제어기가 필요한 문제 아닙니까? 비례-적분-미분 제어. 공학에서 가장 기본적인 피드백 제어 방식이에요."
록키의 외골격이 울렸다. 공명. 엔지니어의 공명.
록키
♫♩♪♫♩♪♫♩♪♫♩♪♫♩♪♫
"맞다. 맞다 맞다 맞다. PID. 비례항은 광도 절대값. 미분항은 광도 변화율. 적분항은 누적 편차 보정. 이것을 분자 구조에 새겨 넣어야 한다. 닉키, 가능한가. 질문."
닉키
♫♪♩♫♪♩♫♪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분자 수준에서 세 개의 반응 경로를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타우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된다. 그레이스가 말했듯이 — "과학이란 체계적으로 틀리는 기술이야." 우리는 방금 체계적으로 틀렸다. 이제 수정할 차례다.
· · ·
SCENE 02
록키의 한계
두 번째 프로토타입 제작 중에 록키가 쓰러졌다.
정확히는 '쓰러졌다'는 인간의 표현이다. 에리디안은 다섯 다리가 동시에 잠기면서 일시적으로 기능을 멈추는 현상 — 록키는 72시간 연속 작업 중이었다. 시스템 설계와 타우인과의 소통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식사도 거른 채. 늙은 몸이 버티지 못한 것이다.
틱키
♩♫♪♩♫♪♩♫
"록키! 록키 반응해! 외골격 온도 급격히 저하 중!"
록키가 의식을 되찾았을 때, 4시간이 지나 있었다. 틱키가 옆에 있었다. 코키와 닉키도.
록키
♫ ... ♩ ...
"...얼마나 멈춰 있었나. 질문."
틱키
♩♫♪♩
"4시간. 록키. 솔직히 말하겠다."
록키
♫♩♫
"말해라."
틱키
♩♫♪♩♫♪♩♫♪♩
"록키의 외골격 경화도를 측정했다. 관절부 마모율이 6개월 전 대비 300% 증가했다. 이 속도면 — 에리드까지의 귀환 항해를 견딜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침묵.
록키
♫♩♪♫
"알고 있다."
틱키
♪♩♫
"알고 있으면서 72시간 연속 작업을 했나. 질문."
록키
♫♩♫♩♫♩
"시간이 없으니까."
그레이스는 이런 상황에서 뭐라고 했을까.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록키, 죽으면 해결 못 해. 좀 쉬어."
...맞는 말이다.
· · ·
SCENE 03
항성 서모스탯
3개월이 걸렸다. 7번의 실패와 닉키의 외골격에 추가된 3개의 열 손상 흔적. 하산 박사의 우주복 냉각 시스템이 두 번 한계에 달했다. 타우인 과학자 하나가 에너지 과방출에 노출되어 결정 표면의 일부가 불투명해졌다 — 타우인 기준으로 시력 일부 상실에 해당했다.
하지만 해냈다.
PID 제어 원리를 역 아스트로파지의 분자 구조에 새겨 넣었다. 세 개의 반응 경로 — 비례, 적분, 미분 — 가 분자 수준에서 자동으로 작동한다. 주변 광도가 변하면 역 아스트로파지가 스스로 에너지 방출량을 조절한다. 양의 피드백이 음의 피드백으로 전환되었다.
항성 서모스탯. 록키가 붙인 이름이다.
프로토타입이 타우세티에서 먼저 테스트되었다. 역 아스트로파지를 항성 궤도에 배치. 72시간 관측.
타우세티의 광도 변동이 안정화되었다. 진폭이 24시간 만에 60% 감소. 72시간 후 95% 감소.
신 선장
"성공입니다."
록키
♫♩♪♫
"아직. 타우세티 하나다. 40 에리다니와 태양에서도 작동해야 한다. 각 항성별 파라미터 계산이 필요하다."
신 선장의 팀이 계산을 완료했다. 세 항성계별 최적 임계값. 역 아스트로파지 배치량. 배치 궤도. 모든 데이터가 세 종족에게 공유되었다.
이제 각자 자기 별을 살리러 돌아가야 했다.
타우인이 록키에게 작은 결정체를 건넸다. 내부에 빛 패턴이 고정된 선물. 신 선장이 설명했다.
신 선장
"타우인 언어로 '친구'를 뜻하는 패턴이에요."
록키
♫ ... ♪ ... ♫
"...좋은 단어."
· · ·
SCENE 04
멈춘 별
세 척의 우주선이 타우세티를 떠났다.
세컨드 찬스. 태양을 향해.
헤일록키호. 40 에리다니를 향해.
타우인 선박. 타우세티에 남아.
록키는 선장석에서 세컨드 찬스의 추진 서명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습관이었다. 그레이스의 습관을 물려받은 것이다. 그레이스는 항상 데이터를 확인했다. "확인 안 하면 불안해"라고 했다.
출발 후 6일째. 두 우주선은 각자의 방향으로 가속 중이었다.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록키는 아직 세컨드 찬스의 추진 서명을 감지할 수 있었다. 아스트로파지 엔진의 특유한 진동 패턴.
7일째.
추진 서명이 사라졌다.
록키
♫♩♪♫♩♪♫
"코키. 세컨드 찬스 추진 서명 확인하라."
코키
♪♫♩♪♫♩♪♫
"...확인했다. 추진 서명 없음. 세컨드 찬스의 엔진이 정지한 것으로 보인다."
록키의 외골격이 경직되었다.
엔진 정지. 항성간 우주에서 엔진이 정지하면, 관성으로 떠다닐 뿐이다. 감속할 수 없다. 방향을 바꿀 수 없다. 태양계에 진입해도 멈출 수 없다. 빛의 속도의 수 퍼센트로 태양계를 그냥 통과해버린다.
죽음이다.
록키
♫♩♪♫♩♪♫♩♪♫
"전파로 세컨드 찬스 호출. 즉시."
응답이 왔다. 신 선장의 목소리. 하지만 평소와 달랐다. 긴박했다.
신 선장 (전파)
"록키! 아스트로파지 연료 탱크에 오염이 발생했습니다. 타우세티 e에서 가져온 역 아스트로파지 샘플이 — 격리가 깨져서 연료 탱크로 유입됐어요. 연료 아스트로파지와 역 아스트로파지가 섞이면서 에너지가 상쇄되고 있습니다. 연료 잔량 급감 중. 엔진 재가동 불가!"
록키는 생각했다. 빠르게. 엔지니어의 속도로.
헤일록키호의 연료는 충분하다. 에리디안 양식 기술로 항해 중에도 아스트로파지를 생산하고 있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하나. 에리드로 계속 간다. 세컨드 찬스는 포기한다. 에리드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둘. 방향을 바꿔 세컨드 찬스를 구한다. 하지만 에리드까지 가는 시간이 늘어난다. 록키의 몸이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레이스는 그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후회 없어"라고 했다. 나도 그것을 안다. 40년간 매일 들은 심장 박동의 패턴으로 안다.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다. 정해져 있었다. 처음부터.
록키
♫♩♪♫♩♪♫♩♪♫
"코키. 닉키. 틱키. 명령이다."
세 명의 승무원이 주목했다.
록키
♫♩♪♫♩♪♫♩♪♫♩♪♫♩♪♫
"헤일록키호를 분리한다. 메인 선체는 너희 셋이 에리드로 가져간다. 역 아스트로파지 샘플, 항성 서모스탯 설계도, 모든 데이터. 에리드를 구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틱키가 선장을 맡는다."
틱키
♩♫♪♩♫
"록키는. 질문."
록키
♫♩♪♫♩♪♫♩
"나는 보조 셔틀로 세컨드 찬스에 간다. 연료 탱크 오염을 제거하고 엔진을 고친다. 나는 엔지니어다. 이것은 엔지니어의 일이다."
틱키
♩♫♪♩♫♪♩♫♪♩♫
"내가 가겠다. 록키보다 젊다. 록키보다 엔지니어링 잘한다. 록키가 말했다."
록키
♫♩♫♩♫♩♫♩
"틱키. 너는 에리드에 가야 한다. 에리드가 너를 필요로 한다. 항성 서모스탯을 배치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필요하다. 그리고 —"
록키가 멈추었다. 다음 말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록키
♫ ♩ ♫
"세컨드 찬스에는 1기압 구역이 있다. 나는 인간과 격벽 너머로 소통하는 방법을 안다. 40년 경험이 있다. 이것은 틱키가 할 수 없는 일이다."
틱키가 오래 멈추었다. 엔지니어끼리의 침묵. 그리고 인정.
틱키
♩ ... ♩
"...이해했다."
· · ·
SCENE 05
이번에는 내가 간다
헤일록키호가 분리되었다. 메인 선체는 코키, 닉키, 틱키를 태우고 40 에리다니를 향해 가속했다. 보조 셔틀은 록키 혼자를 태우고, 방향을 돌렸다. 세컨드 찬스를 향해.
록키는 셔틀에서 헤일록키호 메인 선체가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틱키의 엔진 서명. 코키의 항법 조정 진동. 닉키의 실험 장비 공명. 세 명의 동료가 만드는 진동의 합주. 점점 작아졌다.
틱키 (통신)
♩♫♪♩♫♪♩♫
"록키. 에리드에서 기다리겠다."
록키
♫♩♫
"기다리지 마라. 서모스탯 배치를 먼저 해라. 에리드가 먼저다. 내가 돌아오는 것은 그 다음이다."
틱키 (통신)
♩♫♪♩
"록키. 돌아올 수 있나. 질문."
록키는 대답하기 전에 잠시 멈추었다. 엔지니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수치를 무시하지 않는다.
록키
♫ ♩ ♫
"확률이 0은 아니다."
통신이 끊겼다. 거리가 너무 멀어졌다.
록키는 혼자였다. 작은 보조 셔틀에. 아스트로파지 연료는 제한적이었다. 세컨드 찬스까지 도달할 수 있지만, 그 이후는 — 세컨드 찬스의 엔진을 고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48시간 후, 록키는 세컨드 찬스에 도달했다. 관성으로 표류 중인 지구 우주선. 엔진 침묵. 어둠 속의 금속 덩어리.
록키가 도킹했다. 보조 셔틀의 에어록을 세컨드 찬스의 에어록에 연결. 틱키가 만든 어댑터가 아직 장착되어 있었다.
격벽 너머에서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여섯 개. 전부 살아 있다.
신 선장 (격벽 너머)
"록키?! 왜 — 어떻게 여기에 —"
록키
♫♩♪♫♩♪♫
"엔진 고장 감지했다. 고치러 왔다. 나는 엔지니어다."
신 선장
"당신 승무원들은요?!"
록키
♫♩♪♫♩♪♫♩
"에리드로 갔다. 항성 서모스탯을 가지고. 에리드가 먼저다."
신 선장
"그러면 당신은... 어떻게 에리드로 돌아가요?"
록키
♫♩♪♫
"먼저 엔진 고친다. 나머지는 그 다음에 생각한다."
록키는 작업을 시작했다. 세컨드 찬스의 연료 탱크 구조를 진동 분석으로 파악했다. 인간 기술이지만, 에리디안 엔지니어에게 기술은 기술이다. 물리 법칙은 종족과 무관하다.
오염된 연료 탱크를 격리하고, 셔틀에서 가져온 미오염 아스트로파지를 이식하고, 역 아스트로파지 잔여물을 중화하고. 18시간의 작업. 늙은 외골격이 비명을 질렀다. 관절에서 마찰음. 다리 세 개가 간헐적으로 잠겼다. 하지만 록키는 멈추지 않았다.
록키
♫♩♪♫
"엔진 시동 걸어라."
세컨드 찬스의 엔진이 점화되었다. 아스트로파지 반응. 추진력. 생명.
신 선장
"...작동합니다. 록키, 작동해요!"
이제 남은 문제는 하나다. 나. 내가 에리드로 돌아갈 수 있느냐. 보조 셔틀의 연료는 거의 없다. 내 외골격은 한계에 가깝다. 방정식의 최종값이 0에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확률이 0은 아니다. 네가 가르쳐 줬듯이 — 0이 아니면 시도한다.
· · ·
EPILOGUE
문제 있어. 해결해.
신 선장이 제안했다.
신 선장
"록키. 세컨드 찬스에 타세요. 지구까지 함께 갑시다. 지구에서 에리드로 보내줄 수 있을지 — 확신할 수는 없지만, 항성간 우주에서 혼자 표류하는 것보다는 나아요."
록키
♫♩♪♫♩♪♫♩
"지구에 1기압 구역을 만들 수 있나. 질문."
신 선장
"...그건 반대 아닌가요? 지구는 전체가 1기압이니까요. 록키를 위한 29기압 구역을 만들어야죠."
록키
♫♩♫
"맞다. 내가 틀렸다."
신 선장이 웃었다. 격벽 너머에서 그 음파를 들은 록키도 — 에리디안 식으로 — 웃었다.
록키
♫♩♪♫♩♪♫
"좋다. 지구로 간다. 그레이스의 행성. 그레이스가 태어난 곳."
세컨드 찬스가 가속을 재개했다. 태양을 향해. 록키를 태우고.
40 에리다니 방향으로는 헤일록키호가 날아가고 있었다. 틱키, 코키, 닉키를 태우고. 항성 서모스탯을 싣고.
타우세티 e에서는 타우인이 자기 별을 안정화하고 있었다.
록키는 세컨드 찬스의 격벽 앞에 서 있었다. 격벽 너머에서 여섯 개의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리듬. 그레이스의 것과 비슷하지만, 그레이스의 것은 아닌.
손에는 타우인의 결정체가 있었다. '친구'라는 빛을 담은 결정.
신 선장이 말했다.
신 선장
"록키. 그레이스 박사의 일기에 이런 문장이 있었어요. '만약 록키가 이 일기를 읽고 있다면 — 록키, 넌 내 인생 최고의 일이야. 고마워.'"
록키는 오래 서 있었다.
너도 내 인생 최고의 일이었다.
나는 이제 네 행성으로 간다. 네가 태어난 곳. 네가 하늘을 올려다보던 곳. 29기압 격벽 너머에서지만, 나도 그 하늘을 느껴보겠다.
문제가 있었다. 해결했다. 또 문제가 생길 것이다. 또 해결할 것이다.
네가 가르쳐 준 방식대로.
문제 있어. 해결해.
세컨드 찬스는 가속했다. 태양을 향해. 지구를 향해.
세 문명. 세 항성. 세 종류의 언어. 하나의 과학. 하나의 유산.
라일랜드 그레이스. 지구의 과학자. 에리드의 선생님. 록키의 친구.
그가 남긴 방정식은, 세 개의 별을 살리고 있었다.
⟡
— 끝 —
이 이야기는 앤디 위어의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사랑하는 한 사람이, "그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를 상상하며 쓴 비공식 팬픽션입니다. 원작에서 그레이스가 록키를 구하기 위해 지구 귀환을 포기한 것처럼, 이 이야기에서는 록키가 인간을 구하기 위해 에리드 귀환을 포기합니다. 우정이란, 어쩌면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전체 에피소드:
EP.01 마지막 수업
EP.02 헤일록키호
EP.03 타우세티 도착
EP.04 빛으로 말하는 자들
EP.05 그레이스의 방정식 (최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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